2010년 11월 7일 일요일

50세가된 선배와 50년도 살지 못한 동료의 죽음

원주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주에 시간되면 내려와라. 명섭이형 생일이다. 50이다...지천명"
전화받는데 숨이 확 막히면서 눈이 시큰해졌다.
내가 처음 형을 봤을 때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20대의 노동운동가....모두들 앞에 나서서 한 마디씩 해대고 잘난 척 할 때...
형은 구시렁대긴 했어도, 조용히 일만했다.
열댓명이 밀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조그만 건물 2층에...
생활비커녕...잡역부로 일해서 번 돈마져 쏟아부어가며...그렇게 20대를 보냈다.
나는 그런 형들이 좋았다. 멋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세상을 바꿀 거라며 허풍을 늘어놓았지만, 정작 사무실 전기가 끊겼을 때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눈과 손이 빠르고 영민한 사람들은 적당히 도덕적인 젊은 시절을 자기 커리어로 가져야겠다고 계산해 냈다.
그 중에 드러나지도, 빼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가장 멋진 삶을 산다고 생각했었다.
명섭이형은 그 중 한명이다. 그런 20대를 보낸 먼발치에서 내가 닮으려 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오늘...50세가 되었다.

또 원주에서 전화가 왔다.
Y에서 같이 일하던 수현이형이 지난주에 죽었다. 아무도 나에게 연락을 안해줬다.
연락처를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왠지 나와 인연이 없다고들 생각했겠지.
나보다 후임으로 들어왔지만 나이가 많았고...
일하는 것 보다는 노는 걸 더 좋아해서 나한테 욕도 참 많이 먹었다.
간암...? 폐암...? 재작년에 투병중에 전화가 왔었다.
"야...나 죽을 뻔 했어...다시 출근해도 될 것 같거든. 한번 봐야지...?"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 원주 안간지 참 오래다. 마음이 변했지 뭐. 괜히 언제 보자...소주한잔 먹자...이런 허튼말 하긴 싫으니까...원주갔을 때 전화할게..."
그냥 그렇게 말했다.
난 원주갔을 때 수현이형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오늘 참 많은 것이 변했구나.
이런 변화는 참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 자연스런 흐름을 나는 갑작스럽다고 느끼거나,
가슴 한켠이 허전하고 시리다고 느끼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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