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일 화요일

매형

이종사촌 매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인데 장례식에 오라는 연락이 나에게 까지 닿지 않았다. 그냥 어머니만 다녀오신 모양이다. 왜 연락을 안했을까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무척 싫어하는 분이셔서 그랬을것이다. 알콣릭. 그냥 그 말 그대로 술로 평생을 살았고 거의 매일 행패를 일삼았다. 누나를 때리는 것은 말할것도 없었고, 자신을 우습게 생각한다면서 펜치로 자기 이를 뽑기도 했다. 얼마나 공포스런 상황이었을까. 그런데 누나는 결혼생활을 지속시켰다. 한번은 누나가 운영하는 방앗간에서 목을 메고 죽기 직전인 것을 누나가 발견했다. 대롱대롱 매달린 줄을 칼로 긁어서 끊었더니 다시 살았다. 병원비가 들기는 했지만 그 질긴 목숨 쉬이 끊기지 않았다. 가족에게 가해지는 자해의 공포. 간혹 멀쩡한 정신에 만나면 가족들 사이에서는 늘 미안한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만 있었다. 병원에 갈 생각은 아예 안한것은 지키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매형만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살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매번 가족들이 구해냈다. 지난 주 여전히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 엎드려 누웠는데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에서 누나는 그렇게 많이 울더란다. 누나는 매형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것이다. 어른들끼리 결정한 결혼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누나는 그렇게 맺어진 인연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서 그를 사랑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그를 섹시하게 받아들였고, 때리고 자해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그와 함께 사는 것을 좋아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타인의 삶에 대해 나는 너무 함부로 말하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스트레스가 전이될까 두려워 그저 외면하는 것에 그치곤 한다. 매형의 죽음은 또 한명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고나 할까. 누나가 잘 극복해 냈으면 좋겠지만, 매형에게 중독된 누나의 삶은 그리 평탄친 못할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었다는 건 행복이지 않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