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이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을 시작할땐 만만하게 보인다. 가로든 세로든 같은 수를 더할 수 있고, 더해진 수가 2048이 되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충 어디로 보내든 512까지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이후로 다른 512를 하나 더 만들어서 더하는건 쉽지 않다. 물론 1024를 두번 더해 2048을 만든다는 것은 더 힘들게 뻔하다. 이 게임을 하면서 루빅스 큐브 생각이 났다. 16면체의 한면을 맞추고 나면 다른 색이 흩어져 버리니 한면 한면을 맞추는 건 사실 의미가 없고 전체 메카니즘을 이해하거나 패턴을 외우는 것이 방법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그게 뭘까가 궁금해서 계속 한듯하다. 1024까지 가는데 성공하고 나면 아주 만만하게 이 게임이 보인다. 그런데 거기서 한계가 보였다. 패턴인지에 실패했다. 이때 내가 게임하는 걸 친구에게 보여주고 난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더니 "높은 수를 위로 보내고 내려보내지 말고 더하라"는 한마디. 지금까지 내가 이 게임을 풀던 방식에서 잘못되었던 오류가 한마디로 수정된다. 그 동안 그게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1024를 만들려는 시도였다는 것. 마치 큐브의 한면을 맞추는 것과 같다. 그 보다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패턴을 무시했어야 하는데 거기서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란 뜻이다. 그 한마디로 2048을 쉽게 만들었다. 참 쉬웠다.
인간은 자기 행동에 과잉 몰입하여 객관적 상황을 보지 못하며 사는 때가 많지 않던가. 간혹 나는 지나친 자기확신을 경계하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그런 조언을 들을 때면 늘 어떤 상황을 두고 팔짱끼고 지켜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내 직업이 교육 수퍼바이저라지만 나 역시 한 쪽 방면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가 많을 수 밖엔 없다. 즉, 수퍼비전을 받곤 한다. 내 수퍼비전에 대한 수퍼비전인 셈이다. 간혹 나로 인해 어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건 -내가 훈련된 수퍼바이저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사자로 부터 한 걸음만 벗어나게 되면 보이는게 있다는 걸 말한다. 즉, 수퍼바이저는 역할이지 더 많은 능력과 경험을 가진 것이 아니다.
수퍼비전의 중요성을 이 게임하나로 완전히(이게 왠 오버냐...) 이해했다. 더구나 이 게임을 하면 겸손을 배우게 되더라. 랭킹을 보면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2048은 언제든 만들 수 있고 더 갈 수도 있다. 이 패턴을 인지하고 나서는 나에겐 그냥 시간죽이기가 되었다. (이것이 겸손을 배운자의 태도냐...) 그래서 앱을 지웠다.
2048
http://gabrielecirulli.github.io/2048/ 여기로 들어가면 게임을 할 수 있다.
https://itunes.apple.com/us/app/2048/id840919914?mt=8 이 링크는 아이튠즈 아이폰앱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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