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어느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수퍼비전을 할 때였다.
수퍼비전이니 내가 직접 캐스팅을 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어떤 작업자들이 캐스팅 되어 어린이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작업자들은 그들의 보스가 시키니까 그 회의자리에 앉아 있었다. 즉, 오기 싫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사료를 적게 주거나 그런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들 원장이란 사람이 시킨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 이외에는 크게 부딪힐 이슈는 없었다.
회의자리에 들어갔을 때 흔히 말하는 똥씹은 표정들.
나 건드리지 말라는 자세와 웃음기를 거둔 첫 인사가 오갔다.
문화소외지역서도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를 만나러 가는 미션.
서울에서 보던 어린이와 다르지 않은 "어린이"자체를 말하는데 불쑥 한명이 내 얘기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그 애들의 상태는 어떻다는 건가요...?"
그와 같이 앉아 있던 그 팀은 피식 웃거나 지들끼리 눈을 마주치며 낄낄댔다.
물론 아주 기분이 나빴다.
난 이런 상황이 오면 화가 나지 않고 오히려 차분해 진다.
나도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만화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온다고 기다렸을 겁니다. 우리 동네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형, 누나, 오빠, 언니들하고 놀 수 있는게 기쁠것이구요. 첫날의 어색함이 사라지면 온전히 선생님들에게 기대면서 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며칠간 자극적인 방법론으로 실컷 잘난척을 해도, 아이들의 기억은 어느 한 여름에 있었던 행복한 관계를 떠올리면서 사는 힘으로 전환시키겠죠.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할 겁니다. 그 애들의 상태는 그 모양이에요. 우리가 지금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건 상상도 못하면서 반가워 하는 그런 상태요."
분위기 싸해졌다. 그리고 난 프로그램 얘기로 다시 들어갔다.
준비물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일정 체크하고...등등.
그들은 현장에 들어가서 어땠을까...
반전은 없었다. 반전이 있길 기대한 것이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그 깊숙한 곳에 담겨있는 시켜서 하는 귀찮음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오곤 했다.
2015년. 그 팀에 속해 있던 사람을 만났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나에게 어린이상태를 물었던 그 사람같다. 서류에서 경력을 써놓았길래 확인해 보니 그 당시 그 프로그램에 왔던 사람은 분명하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지원서를 가지고 왔다.
형평성이고 뭐고 난 아무 상관 없었다. 무조건 No라고만 말했다. 그 에피소드를 다른 심사위원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은 언제나 허술함을 내재하니 그걸로 꼬투리 잡는 건 쉬운 일이다.
교육하는 일에서 너네는 빠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