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9일 금요일

여덟살의 거울

배현희 미용실 by zoinno
배현희 미용실, a photo by zoinno on Flickr.
1.
거울앞에 앉으면 각자가 거울속의 자기 모습을 보는 방법이 다르겠지. 비쳐진 자기 모습은 분명 반전된 영상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를 가장 익숙하게 보고 인식하는 건 거울의 모습이기에 정작 타인의 시각정보와 정확히 반대로 보면서 산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면서 거울을 들여다 보게되지만, 실제 다른 사람은 자기가 본 것의 반전된 모습으로 보게 된다는 말이다. 그건 마치 스스로 자기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말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어떤 순간에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내 삶의 한 단면과 닮았다.
2.
대림동에 이사온 것이 여덟해째다. 최소한 한국의 정서에서 남자가 멋스럽게 꾸미거나 획기적으로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다양한 편이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머리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난 여덟해째 같은 미용실에서 같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다. 실제 내가 유지하고 싶은 것은 스타일이 아닐텐데, 내가 뭔가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믿음에서 택한 모양이다. 그저 그게 내 모습이란걸 여덟번째 해에 알게 되었다. 내 사진속의 꼬마는 미용사의 둘째 딸이고, 올해로 딱 여덟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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