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일 수요일
True grit
마음에 드는 영화를 한 편 본다는 건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나름의 철칙이 있는 한, 다운로드 해서 보거나 컴퓨터의 손바닥 보다 조금 큰 모니터로 감상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DVD를 구할 수 없거나, 파일을 강의자료로 활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왠만해서 어둠의 경로에 거리를 두려고도 노력한다.
지금까지 조얼코언과 이썬코언의 영화를 보고 실망한 적이 없다. 거의 1년에 한편씩 영화를 만드는 멋진 제작자와 감독형제가 만든 이 영화는...왜 국내 제목이 더 브레이브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트루그릿이라는 말이 어색해서일까? 어감으로 직역하자면 배포...? 정도라 할 수 있겠으나 그게 어색하다면 차라리 트루그릿...이라고 표기해도 될 뻔했다. 크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진 못하는지라 어차피 코엔형제의 영화를 볼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흔히 말하는 웨스턴무비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단정하고 솔직한 작법에 아마 깜짝 놀랄듯하다. 이런 식의 스토리는 중국의 무협영화와 닮기도 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힘을 키워 복수한다. 하지만 웨스턴무비에서는 특정한 영웅을 하나 등장시켜 약자의 시선에서 부각시키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그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서부영화의 미덕(?)이라고나 할까.
바톤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맨...위대한 레보스키...뭐 만들 때마다 새삼 놀랍다. 특히 시리어스 맨에 특별히 열광했던지라...차기작이 매우 궁금하던차에 이 영화를 봤다.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매우 다른 톤을 가지고 있었다. 찜찜함도 없고 아주 개운하다. 대체로 미스터리와 불길함 + 블랙유머가 코언영화의 특징같이 자리할만도 한데, 이 영화는 정통 웨스턴무비의 스토리와 작법에 충실하다. (어떤 의미에서 밋밋하다) 이 영화...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말이다. 상징들에 대한 이상한 해석 집어치우고 서부영화 한편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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