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7일 월요일

양말



어떻게 보면 쿨한거고...어떻게 보면 대충사는 것 같다.항상 양말은 한꺼번에 똑 같은걸 한 서른 켤레씩 구매했다. 그리고 동시에 신었다. 그러면 빨아 널어도 짝 맞추어 신을 필요도 없고 낡으면 낡은 순서대로 버릴 수 있다. 홀수가 남든 짝수가 남든 별 상관없다.
90년대말엔 생일 선물로 양말을 받았다. 3년에 한번씩 선물로 수거(!)했는데 그러면 한 3년은 신었다. 선물 받는데 정해주긴 좀 그렇고...친구들은 여러 종류의 양말을 선물했다. 하지만 워낙 버릇이 남아 있는지라...상표도, 모양도, 길이도, 색도 다른 양말들을 짝 맞춰 신거나 하진 않았다. 대충 비슷하게 신을 때는 많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신었다. 짝 안맞는 양말을 신고 다녀도...지금까지 내 입으로 말하기 전까지는 내가 어떤 양말을 신고 있는지 잘 몰랐다. 뭐 알았어도 그냥 실수겠거니 했을거다. 마지막으로 양말을 선물받은지 5년이 지나자 이제는 선물받은 양말이 작년 쯤 떨어졌다. 그래서 작년에 새로 샀다. 또 옛날 버릇대로 스물다섯켤레를 샀다. 마구 빨아 말려서 뭉쳐놓으면 된다. 정말 편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혼자 영화를 보러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것 같다고들 한다. 그런데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서 혼자 영화보러 온 사람들을 쳐다 보는지 생각해 보자.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혼자 식당에서 밥먹는게 쑥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남들이 쳐다볼 것 같아서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사람을 쳐다보면서 손가락질 한 적이 있는가? 역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스스로 한심하게 여겨야 한다. (가끔 식당에서 1인분은 안됩니다...라는 말을 들을면 황당하긴 하지만)
수 차례의 심리학적 실험이 자기 태스크를 앞에 둔 사람들 사이에서 타인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증명해 내곤 한다. 영화보러 온 사람들은 영화보는 사람들에 관심이 없고, 밥먹는 사람들은 밥먹으러 온 사람들에 관심이 없다. 그것이 완전히 별종의 퍼포먼스여도 그렇다. 그리고 인식의 범위는 주위집중 밖에 있지 않다. 아래 동영상은 너무도 유명한 인식실험의 결과다.

"흰옷을 입은 팀은 몇 번의 패스를 할까요?"가 질문이다.
태스크가 생성된다. 그리고 그 태스크에 집중한다.

총 몇 회의 패스를 했을까를 보면서 그 사이에 객관적으로 존재했던 피사체는 인식하기 힘들다.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는 것이다. 시각적 정보의 양적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실체를 말해야 한다. 기억은 뭐 다른가. 거의 비슷한 메카니즘이다. 그렇다면, 조금 헷갈리는 게 생긴다. 내가 양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양말 짝이 맞지 않게 신었다는 걸 알게 될테고 그것만 보인단 말인가?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 아니었는가? 맞다. 양말을 짝맞춰 신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짝 안맞는 양말만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즉, 양말의 용도와 그 사람의 취향과는 완전히 무관하게 주관적 방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따지고 보면 타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자기 컴플렉스나 삐딱한 심성이 드러난것이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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