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고 어떤 학생이 찾아왔다. 지각했다고 말하는 줄 알고 출석부를 꺼내들었다.
학생은 이렇게 물었다.
"이번 수업에서 보여주신 정보들을 어떻게 알게 되시나요...? 저는 경로가 가장 궁금해요..."
나는 이건 아니다 싶지만 이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답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는 네이버를 거의 안쓰거든요. 한국의 포탈이 정보접근을 수동적으로 바꾸어 놓았는데요...어렵겠지만 한번 시도해 보세요"
포탈이 유저를 길들여 놓은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최근 네이버를 좀 들여다 봤는데...정말 그렇더라. 마치 TV보는 것 같았다. 수동적으로 클릭이 되는 UI/UX나 광고들...이게 인터렉티브를 막는 걸 알것 같다.
10년이 넘게 학생들의 과제는 대부분 네이버를 참조하더라는 점...좀 놀랍다.
그것이 중고생이든, 대학생이든...심지어 대학원생도 마찬가지라는 점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정보검색을 위해서 북마크(rss는 바라지도 못해...ㅠㅠ)하나 제대로 해놓지 않고, 초록색 검색창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한다.
웹사이트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다면...어떻게 타인에게 소개할 것이며, 그 정보에 대한 어떤 평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건 정보의 양과 무관한 일이란 말이다.
과제에 레퍼런스가 있을 때 유심히 들여다 보면 네이버 검색의 향기가 폴폴...난다.
그러니 과제를 읽을 때 무성의해진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그건 좋지만, 모두가 같은 정보라면 굳이 과제여야 할까?
정보가 엮여 있어야 하고, 과제라면 통합적 관점을 제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이버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쓰길래...며칠동안 네이버만 들여다 보았다.
한 며칠 보니까 지루하다.
맛집이나 주소찾는건 네이버가 딱이겠다. 즉, 가벼운 정보들이다.
방송3사에 나왔다는 맛집정보가 고스란히...그리고 약간 할일 없어 보이는 알바의 입에 침이 마르는 칭찬글, 하나 더 보태자면 디지털 카메라 새로사서 음식찍고 셀카찍는 걸 좋아하는 소녀취향(이거 완전 나의 편견이 고스란히 노출된 단어임. 하지만 유효한 편견인듯..ㅋㅋㅋ)이 합쳐진 것 이상은 아니다.
다행히 위 세 가지 카테고리를 믿지 않는 탓에 별로 신뢰가 안간다.
하지만 팬시하고 재미는 있더라.
네이버에 반응하는 건 이런 재미있는 정보들이 넘쳐나서일까?
하지만 수업시간에 뭔가 보여주면...너무 놀랍고 재미나다고들 한다.
네이버에서 볼 수 없는 것이어서 더 재밌고 놀라운 것인데...결국 네이버식 즐거움에 중독되어 자신의 정보접근이 차단되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이 오면 배신감 같은 것이 들려나...?
암튼...네이버는 참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구나...
며칠 만 더 들여다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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