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창녀에게 꽃을 사온 남자

벌써 20년이 된 기억. 94년인가 95년인가. 매매춘여성을 연구한다며 당사자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연구팀에 들어갔었다. 전역하고 얼마 안된 시점이므로 94년이 맞을 것 같다. 인터뷰는 남자가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매매춘현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일종의 보디가드 차원에서 남자가 필요했었다. 그 중 두 세명은 상관없으니 같이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때 만난 어떤 30대 창녀가 기억난다. 당시에도 창녀라는 표현은 금기시되는 단어였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창녀라고 말했다.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밝히면서 더듬 더듬 손님에 대해 말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떤 손님은 창녀인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고 했다. 대체로 한번의 섹스상대로 대하는 다수의 손님 들 중에는 온화하고 젠틀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간혹 진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단골이 되어서는 사랑을 고백한단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시들해 지곤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오랜 시간동안 그녀의 곁을 맴돌았단다. 어느날 꽃다발을 안고 찾아왔는데 예약된 손님이 밀려서 복도에서 그가 기다렸다고. 섹스소리를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한시간 넘게 서서 기다리던 남자가 들어왔는데 꽃다발을 주며 청혼을 했단다. 

당시 난 그럴 순 있겠다 싶었지만, 그 남자가 좀 이상한 사람이려니 하고 넘어갔다. 최근들어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남자가 많은 부분 이해가 된다. 성매매여성이 아니더라도 돈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정을 파는 사람이 한 두명이겠는가. 지불과 피지불의 관계속에서 마음을 파는 것 보다야 몸이 훨씬 더 솔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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