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 부터 도구 사용에 대해서는 매우 유연한 편이었다. 손/얼굴/발수건을 따로 쓰는 집안의 문화에서도 그냥 과감하게 혼자 구분없이 쓰며 살았다. 아마 이 사실을 우리 가족들이 안다면 엄청난 배신감이 들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라면서 이 유연성은 더 커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서양애들이 담배피우다 자기가 먹던 커피잔에 던져 넣어 끈다거나 하는 걸 보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먹는 것에 담배재를...이라며 경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다. 별 문제없다. 어차피 설거지로 깨끗하게 해결될 것이고 오히려 먹다남은 음식보다는 담배꽁초가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컵은 쓰레기 통이 될 수 있고, 쓰레기를 담던 그릇은 맛있는 음식이 담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아인슈타인이 친구만나러 가는데 추워서 집에 있는 커튼을 목도리로 감고 집밖으로 나갔다는 말을 듣고 나 혼자 심하게 공감한 적이 있었다. 그게 문제가 될 턱이 없었다. 커피드리퍼에 과일을 씻어 담아 먹으면 물이 밑으로 빠져서 편리하다. 그 용도가 커피만으로 한정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덕분이다. 이런 내 버릇 덕분에 두개의 이질적인 재료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한 자연스런 태도가 생겼다. 그래서 일할 때 컨버전스나 크로스오버도 자연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유연성은 내 일상과 관련된 것이지 절대 배워서 가능한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유연성과 전화된 발상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돌아버리겠다. 그래서 내가 강의할 때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은 당신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그래서 나와 같은 일상적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크로스오버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트레스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어차피 안될거 너무 힘들게들 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