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CC아트 해프닝 / 전 우주의 친구들 "본능미용실"


시작은 이랬다. 
"독립애니메이션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검색하면 정보는 나오지만 구매할 방법은 없네요...
꼭 영화제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거죠...? 꼭 영화제에 가야만 하는거죠...?"
인디indie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서가 아니라 배급 채널을 자체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묻게된 당돌하고 어이없는 질문은 어떻게 당신의 작품을 볼 수 있는가! 에서 맴돌고 있더라. 많은 단편애니메이션들이 제작지원을 받는다. 그렇게 공공기금을 지원받지만 공공의 채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열심히(?) 실행하고 있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공이라고 해서 무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발빠르게 팔릴만한 것을 걸러내는 상업적인 시스템이 아니고, 가치있기에 우리사회의 경험재로 남기고 싶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감독님! Creative Commons Korea에서 작품을 함께 구상하고,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배급 해보면 어떨까요? 창작과 공유를 동시에 하면서, 제작비도 마련하고 독립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도 만나는 거 어때요?"
이렇게 질문을 바꾸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은 일터스트레이터이며 애니메이션 감독인 홍학순님이다. 역시 이런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제작방식이나 배급에 대해선 똑 부러진 대안은 없었다. 아트해프닝에서 그 답은 찾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저 수천만가지 방법중 하나를 택했을 뿐이라고나 할까. CC가 제작비를 지원하고 CCL을 통하여 공유하는 후원의 방식을 택할것인가, 작가와 관객이 온라인에서 만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조합을 실험할 것인가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아트해프닝은 "해프닝"인 후자를 선택했다. 온라인에 시놉시스와 컨셉아트를 공개하고 후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일명 본능상담(애니메이션의 주제이기도 하며, 혼자라면 쉽게 알지 못할 진짜 자기 모습을 찾는)을 진행하여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등장하게 작업했다. 온라인에서 소셜펀딩페이지를 열고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후원 유저 출연자섭외가 마감되었다. 완성된 애니메이션 DVD와 원화를 받는 조건으로 후원한 사람들이나, 상영회에 초대받고 싶어서 후원한 사람도 있었다. 홍학순감독은 입에서만 달콤한 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기에 제작비를 보태달라는 말이 다소 거칠지만 아주 솔직하게 등장했다. 실제로 그랬다.

이번 프로젝트에 실려 있던 그림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건 사람이다. 그래서 쌀도 사야 하고, 맛있는것도 먹어야 한다. 등장인물인 우유각소녀와 윙크토끼가 솔직하게 말한다. 창작과 공유를 위한...블라블라. 또는 인디애니메이션을 소개하기 위한...블라블라가 아니라 제작비로 쌀사고 맛있는것을 먹으면서 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제작비를 모은 후 바로 본능상담에 들어갔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킨건 분명 아닐거라고 본다. 감독이나 후원자가 아직 서로 만날 준비가 덜 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즐거운 참여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진 않았다. 만약 불특정다수가 동기없이 후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기획과 제안으로 부터 아트해프닝까지 남은 기간은 5개월남짓. 단편애니메이션을 5개월간 작업할 수 있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더구나 펀딩을 진행해야 하고, 후반작업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최종 캐릭터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작화가 시작되었다. 빠른 속도로 작업한다고 해도 최종 믹싱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아트해프닝 웹사이트 오픈을 감안한다면 더 시간이 촉박했던 건 사실이다. 약속한 시간까지는 못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웹사이트오픈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아트해프닝기간에 정확하게 최종 편집본이 나왔다. 10월 17일(18일이 오픈행사였음)밤에 최종본을 받았다는건 참 짜릿한 즐거움을 주었다. 따끈따끈하게 오픈행사에서 상영했다.  본능미용실 작품과 더불어 원화를 전시했다. 뜨거운(!) 관객의 반응은 상영공간을 들어오면서 만나게 되는 원화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할일이 더 남아있다. 애니메이션 본능미용실은 원본소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주제가의 음원과 반주 음원 역시 CCL을 탑재!하고 공유된다. 주제가를 누군가 불러서 새로운 노래를 만들 수 있고, 원한다면 원본소스에 새로운 더빙을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버전의 본능미용실이 만들어지면 그 버전에 맞는 해석으로 또 다른 2차 3차 저작물이 만들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현재 주제가를 개사해서 부르고, 더빙하고 싶다는 어린이들과 새로운 음악으로 사운드트랙을 채우겠다는 사람들이 소스가 공개되길 기다리고 있는 중임)  

아트해프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발표했다는게, 독립애니메이션 배급의 새 장을 열었나? 작가를 발굴해서 지원한것인가? 홍학순감독도 CC Korea도 이번 아트해프닝을 준비하면서 그런 욕심은 없었고 그렇게 해내지도 못했다고 본다. 다만 홍학순감독과 프로젝트 후원자들이 한바탕 웃을 수 있었고, 상영회에서 만나 진심으로 반가움을 느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즐거운 경험을 함께 했으며, 원화를 많이 팔아서 홍학순감독은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게 더 의미있는 해프닝이었다.

더 많은 정보는 CC아트해프닝 웹사이트 www.ccarth.ne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