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없지만, 프로덕션 노트를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둠.
예술은 모두의 삶이지만 아무나 예술가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삶을 지향하고 살 수 있지만 아티스트라고 모두를 지칭할 순 없다. 때로는 절실함도 좀 필요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감수성을 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냥 그렇단 말이다...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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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풍에서 전시한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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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사진전/법정스님의 책에 전시 |
* Seredipity day's FOTO (official sit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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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준비 하면서 이러고 놀고 있다...+_+;;;; |
애니메이션 "본능미용실"
* 아트해프닝 공식블로그 리뷰
3.
영풍문고에서 사진전을 열면서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외국서적이었는데, 지인들의 독특한 표정만을 모아서 조금 그로테스크하게 그린 드로잉노트같은 책이었다. 위트도 넘쳤고 흥미로운 스타일의 터치도 좋았으나 무엇보다 작가가 즐거워보였다. 그림체가 무섭다고 드로잉자체가 무섭진 않은 법이다. 제목도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그 드로잉을 보고 며칠간 그 이미지를 상상하며 드로잉을 시작했다. 며칠 뒤 지쳤다. 그전에도 책에 낙서하는 오늘의 낙서라는 시리즈로 드로잉을 계속하긴 했지만...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했다. 하루 하루가 쌓이면 언젠가 정말 엄청난 하루를 만나게 된다는 거...알고 있기 때문에 시작했다. 매일 한장의 드로잉...하루에 10분이상 30분이하...잘하려고 하지 말기...등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그러면서 한두명씩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데일리 드로잉 때문에 그동안 크게 관심없었던 화가인 친구들의 작업이 궁금해졌다. 친구들의 작품을 본적은 있는데, 매일하는 드로잉을 본적은 없다. 뭘할까? 그들도 맨날 그려놓고 망치고, 버리고, 숨기기도 하겠지? 그건 당연한거야...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작업들이 왜 없겠어.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습작이 왜 없겠냐구...
그런데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있지 않으면 지금의 멋진 작품이 어떻게 나왔겠는가를 생각해 보니...작가의 쓰레기통속에 들어있는 습작들의 가치가 새롭게 느껴졌다. 이번 아트해프닝에서 해보고 싶었다. CC에서 회의하면서 드로잉전시 어떻게 할거냐고 나에게 자꾸 물을 때 사실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만...작가를 먼저 섭외하지 않으면 시작하자고 선뜻 내보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해프닝에서 가장 늦게 스타트하게 된 섹션이다. 아무튼...세히와 방양과 토끼도둑이 참여해주고, 그들이 쳐박아둔 습작들이 공개되어 전시를 열었다. 세히의 작업실에 찾아가서 동영상을 찍고 전시회장에서 무한 반복해서 틀었다. 슥슥슥 뭔가를 그리다 구겨서 바닥에 버린다. 그런데 그 안에는 작품이 되지 못한 날것이 들어있더라...라는 컨셉의 영상을 작업했다.
* 편집이 완료되지 않은 소스묶음이다. 상영한 버전과 다름. 최종버전이 어딨는지 모르겠다...ㅋ
생각지도 않았던 인터렉티브가 생긴건 그 다음의 일이다. 토끼도둑이 언젠가 만화가의 드로잉전시에서 한점의 그림을 훔쳐왔던 기억을 전시하자, 사람들이 몰래 그림을 훔치기 시작했다. 대담하게도 자기 그림을 대신 붙여놓기도 하고, 간단한 글을 써서 고맙다고도 했다. 누구도 대놓고 가져가란 사람은 없지만 훔치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우린 그 자체를 즐겼다. 은근 누구 그림이 가장 많이 도둑질의 대상이 되었는가가 경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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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1층의 드로잉전시 [탄생의 기원] |
4.
어느날 작곡가인 지인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곡은 어디서 들을 수 있는거죠? 현대음악이 대중적일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최소한 어딘가에서 다운받거나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현대음악의 현주소...유튜브에서 보는 퍼포먼스는 멋지긴 하지만 좀 과하다 싶은 것이 훨씬 많았다. 작곡가가 이렇게 많은데 왜 나처럼 음악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접근이 안될까 싶었던 것 같다. 아트해프닝에서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듣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제안해 봤다.
"이런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온라인에서 유저가 사진을 제공하면, 그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작곡가가 곡을 만들고, 연주자를 섭외해서 공연을 하는거..."
담박에 오케이! 해봅시다. 이렇게 결정했다. 생각만해도 짜릿한 경험일것 같았다. 해프닝에서는 사진과 더불어 사연도 받았다. 그저 일상적인 경험들, 큰 사건이 아니어도 나에게 의미있는 일들...이 사진과 사연속에 담겼다. 생각해보면 대체로 우리가 사는 게 그렇지 않을까?
진선북카페 마당에서 야외연주회를 열었다. 낭만적인 밤!!!!! 연주회가 끝나고 그 사진의 주인공과 가족들은 작곡가에게 찾아갔다. 서로 만나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한사람 한사람이 주인공...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난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평생을 못잊을 연주회의 밤이 될 것 같다. 지금도 그 풍성하고 꽉 채워진 느낌의 공연장 풍경이 눈 앞에 있는 것 처럼 선명하다. 아트해프닝을 통해 만들어진 곡은 CD로 만들어지고 음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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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갤러리 마당의 연주회 |
* 아트해프닝 공식블로그 리뷰
* 공식적으로 배포하는 음원. CCL에 따라 자유롭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음.
5.
지구에 비는 꼭 내립니다. 하지만 어느 지역에 내릴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나는 필연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입니다.예술은 우리가 인간이란것을 증명하려는 끝없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부질없기도 합니다.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에겐 예술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느곳에서 예술과 예술행위가 일어날 것을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2011년 CC Art Happening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꼭 해야만 하는 일"임과 동시에 "꼭 하지 않아도 아무일도 안생길"사건입니다.-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휴지조각을 주워보니 감동적인 드로잉이 담겨있다면...-친구가 보내준 어느 웹사이트 주소의 한 귀퉁이에 걸려있는 링크를 따라가서 평생잊지 못할 단편애니메이션을 봤다면...-오래전에 블로그에 써 놓았던 짧은 글을 읽고 영감을 얻어 어느 작곡가가 창작을 하고 연주회를 한다면...-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길 사진을 발견하고는 상념에 잠긴다면...이런 사건은 우리가 살며 만나게될 예술이면서, 언제 어느곳에서 일어날 지 예측하기 힘든 해프닝입니다.지금 이 짧은 초대의 글은 어떤 경로로 읽게 되셨나요...?
아트해프닝의 초대이기도 하면서 전시컨셉을 설명하는 글이다. 초대글쓰는 거 딱딱해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아트해프닝은 진심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글쓰는게 좋았다.
아트해프닝이 거의 끝났다. 아쉬운게 있냐고? 없다. 아쉬울거 남길것 같으면 시작도 안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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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cart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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