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 참으로 기쁘다. 조금씩 누군가를 더 알게 되었을 때도 그렇다. 사람과 사람사이 공감과 이해의 첩경은 노력이 아니더라. 결국 함께 한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세대재단이 10주년을 맞았다. 10년간 재단과 함께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일하는 데서 친구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생채기를 만드는지 알고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리고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 그 조직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말이다. 재단과 함께 일하면서 참 소중한 인연들이 생겼다. 정말 큰 재산이다.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고, 모두와 웃는 얼굴로 마주하고 싶진 않다. 아마 내 인생에서 중요한 상호작용을 하는 몇 몇 인연이 나에겐 재산이다. 오늘 10주년 행사를 하는데...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이상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사람들 투성이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어서 할말이 별로 없다해도 그저 서로 바라보고 어색하게 서있는게 참 좋았다. 억지로 레파토리를 짜내가며 연락없이 살던 시간과 문화의 갭을 따라 잡으려는 노력 같은 건 부질없기 때문이겠다. 10주년기념행사가 아니라 초등학교 반창회(동창회는 재미없지만 반창회는...얏후~)같은 느낌이랄까...
한국사회에서 다음세대재단의 영향력에 대해서 말하라면 주저리 주저리 썰 풀 수 있다. 그런데 왠지 그런건 내입으로 하기 싫다. 친한 친구를 소개하는데 이력서 읽는 사람이 있을까. 친구는 삐걱거리고 질퍽이는 헛점이 농담으로 무마되기도 하고, 가끔 이상한 짓으로 누군가에게 욕먹었을 때 옆에 그냥 서 있는거 아닌가. 아마 재단의 존재가 나에겐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집에와서 기념품으로 준 상자를 열었는데, 브랜드를 수 놓은 네장의 수건이 다소곳. 이거 쓸 자신이 없다. 당분간 이거 보면서 흐믓함을 즐겨야겠다. (왠지 쓰고 나니 오늘의 일기같은 문체다...ㅋ)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