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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런 그림이 탁자에 꽂혀 있다. 사실 이 글은 이 코끼리를 보고 쓴 글이다. |
가장 즐겁던 기억이 겹쳐있긴 하지만 억울한데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중/고등학생의 기억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끔찍한 일들의 연속이었기에 그 당시의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함께 날린다해도 별로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다. 학교와 친구들은 좋았다. 그냥 학교가는 게 싫지 않았고, 간혹 만나게 되는 좋은 친구들은 나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교사는 달랐다. 정말 단 한명도 교사다운 교사를 본적이 없다. 대놓고 부모들에게 돈을 달라는 장면, 친구들을 가격(!)하는 장면, 자폐아였던 가까운 아이를 대하는 선생들의 태도 같은 것 말이다. 꽤 깊은 상처인것 같다.
2.
선배들이 뒷통수쳤던 기억들이다. 참 운이 없게도 좋은 선배는 없었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는 건 다행이지만, 80년대 학번들의 선배들에게는 늘 실망하며 살았다. 남녀 상관없이 선배들과의 관계는 항상 어긋났다. 두세살 차이나는 사람들이 어른노릇을 하는 꼴을 못봐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함께 일을 하면 늘 배신당했고, 뒷말이 무성했다. 지금도 일하는 파트너의 기준이 80년대 학번들이 끼어 있으면 일단 위축되고 두 세번 곱씹어 생각한다.
3.
사람은 사랑하며 산다. 대신 연애감정이 끝날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지우고 싶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기억을 지우거나 되살리고 싶은 감정은 연애 또는 범죄다. 감추고 싶은게 있기 때문에 지우고 싶기도 하겠다. 지금 연애 못하고 사는 건 연애감정자체가 두려워서다. 솔로가 가장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 어떤 친구가 말했다. 연애하면서 느끼는 충만함을 아직 못느껴서 그렇다고...그래 그게 꼭 "아직"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었다. 이리 저리 밀고 땡기는 게 20대에는 재밌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느순간 사랑이 식어가는 그 느글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가지 이 기억만 지울 수 있다면...나 참 건강하게 살것 같다. 생각해 보니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들이라는 것도 지금 알았다. 큰일은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리고 비극을 받아들이는 것은 잘 훈련된 편이기도 한 것 같다.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읽고 나서 정치적 꼼수가 언어적 함정으로 시작된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고 알면서 당한다는 게 억울하기도 했다. 작정하고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 프레임안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글을 쓰는 순간 이미 또 한번 나의 뇌세포에 각인되겠지. 잊고 싶다고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또 한번의 기억으로 추가된다는 거...알면서도 하고 있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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