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공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에 동의하며 산다. 그것은 무료여야 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의 공공정보가 오픈되어 시민의 삶이 풍요로와 졌다는 훈훈한 사례같은걸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금으로 생산된 정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공공기금으로 어떤 강의가 진행된다면, 강의에 대한 접근권이 열려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오픈하는 당연한 일이다. 반면 그 기록이 동시에 오픈되어야 하는가? 그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된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획을 필요로 한다. 기록물로의 가치를 가져야 하며, 면대면 강의의 성격과 다르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건너가게 될 매체의 속성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간혹 강의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강의는 면대면으로 진행되고 사람들과의 현장성이라는 측면, 즉 호흡이 있다. 그런데 그 호흡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채 부적합한 장비로 그 내용만의 기록을 공유한다면 사실 강의에서 제공하고자 했던 맥락이 삭제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기술적 문제는 사실 부차적인 이유다. 정말 그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형편없는 동영상이나 복사에 복사를 거듭한 문서도 가치가 있을 테니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포의 문제다. 정부산하기관들이나 사회단체들이 공공기금을 이용하여 공공정보를 생산해 낸다. 공공기금이기 때문에 정보가 생산되면 그 정보는 공공의 것이여서 어떤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누구나(아무나는 결코 아니다)접근하여 열람할 수 있고 가공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의 무작위로 배포되는 것이 비용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배포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사용되고, 실제로 그 정보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음에도 무작위로 배포하는 것이 왜 멈춰지질 않을까 늘 궁금하다.
2.
98년인가...? 청소년개발원에서 청소년지도자를 위한 수련거리(단어도 촌스럽고 웃겼다. 지금이 아니라 당시에도 유치했다)를 개발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청소년수련실, 수련관등에서 수련거리를 가지고 각종 프로그램을 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쓴다거나, 현재 청소년관련업종에서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공공정보를 묶어 내는 일이었다. 난 두가지 모두에 열심히 참여했다. 당시 청소년관련직종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대적 정보교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수련거리라는 이름이 촌스러웠지만 이 작업을 통해서 전국의 청소년단체등에 배포된다고 하니 많은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2003년까지 핸드북이나 연구물에 참여했다. 2003년이후 이런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가 있다. 사실 이런 작업에 참여하면, 지금까지 나와 내 동료들이 함께 하던 사업들이나 프로그램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로 쓰고 정리하면서 평가도 되고 이후 새로운 작업을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딱 그 뿐이다. 정작 인쇄되어 전국에 배포되면 정말 그 정보를 보는 사람이 드물었다. 전국의 청소년지도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강의할 때마다 거의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었다. 강의 끝나고 꽤 많은 수가 찾아왔다. 지금 하신 작업내용이나 사례가 필요하다고 했다. 혹시 오늘 발표자료를 좀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물었다. 그때 그 분들은 전국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만든 각종 자료들은 전국 수련관에 이미 배포되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나에게 또 찾아 왔을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이 자료보다 더 좋은 종이에 더 잘 정리된 내용은 선생님의 사무실에 꽂혀 있습니다"
강의 마치고 돌아와서는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는 각종 자료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참 많더라. 아무도 손대지 않고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자료들이 수백권이 넘었다. 보고 싶지도 않고 볼 이유도 없었던 자료집과 각종 정보지. 그리고 인쇄된 책자들이다. 내가 생산한 정보도 남의 사무실에 이런 공해를 만들고 있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니 참 창피했다.
3.
2001년에는 new3R이라는 청소년교육프로그램 자료집을 냈다. 꽤 완성도 있게 제작되었다. 초기에는 이 자료집을 배포하지 않고 신청자에 한해 워크숍에 왔을 때만 나눠주었다.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 당시는 꽤 신선한 책이었을 것이다. 형식도 그랬지만 내용도 딱 2001년 현재의 청소년의 고민거리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났다. 그 자료집은 일부만 업데이트 되었지만 재판 삼판을 거듭해 인쇄되고, 학교교사에게 워크숍이 오픈되었다. 제도교육의 교사에게 오픈된다는 것은 곧 무료배포를 의미한다. 난 그게 불만이었다. 그들은 이 자료집의 소중함을 잘 못느꼈다. 그저 가져가서 학교에 꽂아놓았다. 2004년 어느날 어느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특강으로 날 초대했다. 교사가 대상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교감선생님과 교무실에서 차마시자고 해서 잠깐 앉았다. 몇 몇 교사들이 강의 좋았다며 함께 앉았다. 그 대화속에는 "오늘 들은 이런 내용들은 어디가서 좀 자료를 볼 수 없나요...?" 뭔가 대답을 하려는데 어느 교사의 뒷자리 책장에 new3R자료집이 두권 나란히 꽂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어딘가 찾아보시면 자료야 없겠어요. 제가 책을 몇 권 추천해 드릴게요...한번 사서 보세요"
난 그 교사의 뒤에 있는 자료집을 가리키지도, 그 필자중 한명이 나였다는 것을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교양서적들을 몇 권 소개해 줬다. 이건 단지 나의 불친절이 아니라...이런 방식의 배포에 이젠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한두번 일어난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떠먹여주는데 익숙한가? 아닐것 같다. 그런데 왜 무료 무작위배포가 주장되는지 모르겠다. 무료일때 일단 가지고 있으면서 안정감 같은 것을 주는 모양인데 결국 그렇게 사장되는 건 누가 책임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렇게 소비되지도 않는 각종 자료집과 책자, 동영상자료들로 수십억원이 낭비된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는 걸 생각하니 참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4.
다음세대재단과는 참 오랜 관계를 맺고 일을 같이 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중에 유스보이스센터가 있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업이니 거의 만 4년간 진행했다. 올해 발표회를 열었다. 사실 발표라기 보다는 컨퍼런스에 가까운 일이었다. 제목은 "미디어교육3.0 beta - 유스보이스센터 미디어교육 3년의 경험"이었다. 3년간의 교육경험을 모아 책을 냈다. 이 안에는 교육내용과 더불어 수퍼비전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겼다. 기업의 펀드라지만 공익을 위해 내놓은 기금이며 그 기금으로 사업을 했다. 그리고 사업의 결과를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서 우리가 생산한 내용과 자료집을 돈주고 팔긴 싫었다. 우리는 회의에서 이런 결론을 냈다. 분명 이것을 수천권 찍어서 전국의 청소년관련 단체와 미디어교육센터들에 배포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했다. 워크숍에 초대된 수 만큼만 찍었다. 현장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정말 소중한 이야기를 전하고 그 정리된 내용과 CD안에 우리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아 배포하자는 결론이었다. 정말 딱 80명을 초대했고 자료집은 정확히 100권을 인쇄했다. 넘버링을 해서 나눠주었다. 한정판이고 1인당 1권씩 가졌다. 이후에 이 자료집을 어딘가에서 보고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는 PDF로 전해주었다. 함부로 나눠주고 누군가의 책장에 수백가지 장식물중에 하나로 치부되는 자료집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애써서 작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참 만족스러웠다. 인쇄비가 아깝지 않았다.
수퍼바이저의 권한(?)을 남용하여 1번보다는 100번의 책을 갖고 싶다고 특별히 부탁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일련번호가 100번이다. 꽤 의미있는 일을 했고, 나누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합부로 우리의 작업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5.
오늘도 내 책장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데 쌓여가는 각종 공공기금으로 제작된 자료집이 쌓여간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파트의 종이모으는 일요일에 내다 버릴 예정이다. 아깝고 또 아깝다. 이런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진 않겠다고 다시 결심해 본다.
----------------------------------
이 글은 2010년 11월 30일에 쓴 글이다. 임시저장해 놓고 게시하지 않았던 글.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게시함.
공공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에 동의하며 산다. 그것은 무료여야 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의 공공정보가 오픈되어 시민의 삶이 풍요로와 졌다는 훈훈한 사례같은걸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금으로 생산된 정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공공기금으로 어떤 강의가 진행된다면, 강의에 대한 접근권이 열려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오픈하는 당연한 일이다. 반면 그 기록이 동시에 오픈되어야 하는가? 그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된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획을 필요로 한다. 기록물로의 가치를 가져야 하며, 면대면 강의의 성격과 다르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건너가게 될 매체의 속성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간혹 강의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강의는 면대면으로 진행되고 사람들과의 현장성이라는 측면, 즉 호흡이 있다. 그런데 그 호흡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채 부적합한 장비로 그 내용만의 기록을 공유한다면 사실 강의에서 제공하고자 했던 맥락이 삭제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기술적 문제는 사실 부차적인 이유다. 정말 그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형편없는 동영상이나 복사에 복사를 거듭한 문서도 가치가 있을 테니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포의 문제다. 정부산하기관들이나 사회단체들이 공공기금을 이용하여 공공정보를 생산해 낸다. 공공기금이기 때문에 정보가 생산되면 그 정보는 공공의 것이여서 어떤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누구나(아무나는 결코 아니다)접근하여 열람할 수 있고 가공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의 무작위로 배포되는 것이 비용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배포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사용되고, 실제로 그 정보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음에도 무작위로 배포하는 것이 왜 멈춰지질 않을까 늘 궁금하다.
2.
98년인가...? 청소년개발원에서 청소년지도자를 위한 수련거리(단어도 촌스럽고 웃겼다. 지금이 아니라 당시에도 유치했다)를 개발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청소년수련실, 수련관등에서 수련거리를 가지고 각종 프로그램을 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쓴다거나, 현재 청소년관련업종에서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공공정보를 묶어 내는 일이었다. 난 두가지 모두에 열심히 참여했다. 당시 청소년관련직종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대적 정보교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수련거리라는 이름이 촌스러웠지만 이 작업을 통해서 전국의 청소년단체등에 배포된다고 하니 많은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2003년까지 핸드북이나 연구물에 참여했다. 2003년이후 이런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가 있다. 사실 이런 작업에 참여하면, 지금까지 나와 내 동료들이 함께 하던 사업들이나 프로그램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로 쓰고 정리하면서 평가도 되고 이후 새로운 작업을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딱 그 뿐이다. 정작 인쇄되어 전국에 배포되면 정말 그 정보를 보는 사람이 드물었다. 전국의 청소년지도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강의할 때마다 거의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었다. 강의 끝나고 꽤 많은 수가 찾아왔다. 지금 하신 작업내용이나 사례가 필요하다고 했다. 혹시 오늘 발표자료를 좀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물었다. 그때 그 분들은 전국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만든 각종 자료들은 전국 수련관에 이미 배포되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나에게 또 찾아 왔을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이 자료보다 더 좋은 종이에 더 잘 정리된 내용은 선생님의 사무실에 꽂혀 있습니다"
강의 마치고 돌아와서는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는 각종 자료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참 많더라. 아무도 손대지 않고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자료들이 수백권이 넘었다. 보고 싶지도 않고 볼 이유도 없었던 자료집과 각종 정보지. 그리고 인쇄된 책자들이다. 내가 생산한 정보도 남의 사무실에 이런 공해를 만들고 있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니 참 창피했다.
3.
2001년에는 new3R이라는 청소년교육프로그램 자료집을 냈다. 꽤 완성도 있게 제작되었다. 초기에는 이 자료집을 배포하지 않고 신청자에 한해 워크숍에 왔을 때만 나눠주었다.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 당시는 꽤 신선한 책이었을 것이다. 형식도 그랬지만 내용도 딱 2001년 현재의 청소년의 고민거리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났다. 그 자료집은 일부만 업데이트 되었지만 재판 삼판을 거듭해 인쇄되고, 학교교사에게 워크숍이 오픈되었다. 제도교육의 교사에게 오픈된다는 것은 곧 무료배포를 의미한다. 난 그게 불만이었다. 그들은 이 자료집의 소중함을 잘 못느꼈다. 그저 가져가서 학교에 꽂아놓았다. 2004년 어느날 어느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특강으로 날 초대했다. 교사가 대상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교감선생님과 교무실에서 차마시자고 해서 잠깐 앉았다. 몇 몇 교사들이 강의 좋았다며 함께 앉았다. 그 대화속에는 "오늘 들은 이런 내용들은 어디가서 좀 자료를 볼 수 없나요...?" 뭔가 대답을 하려는데 어느 교사의 뒷자리 책장에 new3R자료집이 두권 나란히 꽂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어딘가 찾아보시면 자료야 없겠어요. 제가 책을 몇 권 추천해 드릴게요...한번 사서 보세요"
난 그 교사의 뒤에 있는 자료집을 가리키지도, 그 필자중 한명이 나였다는 것을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교양서적들을 몇 권 소개해 줬다. 이건 단지 나의 불친절이 아니라...이런 방식의 배포에 이젠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한두번 일어난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떠먹여주는데 익숙한가? 아닐것 같다. 그런데 왜 무료 무작위배포가 주장되는지 모르겠다. 무료일때 일단 가지고 있으면서 안정감 같은 것을 주는 모양인데 결국 그렇게 사장되는 건 누가 책임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렇게 소비되지도 않는 각종 자료집과 책자, 동영상자료들로 수십억원이 낭비된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는 걸 생각하니 참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4.
다음세대재단과는 참 오랜 관계를 맺고 일을 같이 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중에 유스보이스센터가 있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업이니 거의 만 4년간 진행했다. 올해 발표회를 열었다. 사실 발표라기 보다는 컨퍼런스에 가까운 일이었다. 제목은 "미디어교육3.0 beta - 유스보이스센터 미디어교육 3년의 경험"이었다. 3년간의 교육경험을 모아 책을 냈다. 이 안에는 교육내용과 더불어 수퍼비전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겼다. 기업의 펀드라지만 공익을 위해 내놓은 기금이며 그 기금으로 사업을 했다. 그리고 사업의 결과를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서 우리가 생산한 내용과 자료집을 돈주고 팔긴 싫었다. 우리는 회의에서 이런 결론을 냈다. 분명 이것을 수천권 찍어서 전국의 청소년관련 단체와 미디어교육센터들에 배포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했다. 워크숍에 초대된 수 만큼만 찍었다. 현장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정말 소중한 이야기를 전하고 그 정리된 내용과 CD안에 우리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아 배포하자는 결론이었다. 정말 딱 80명을 초대했고 자료집은 정확히 100권을 인쇄했다. 넘버링을 해서 나눠주었다. 한정판이고 1인당 1권씩 가졌다. 이후에 이 자료집을 어딘가에서 보고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는 PDF로 전해주었다. 함부로 나눠주고 누군가의 책장에 수백가지 장식물중에 하나로 치부되는 자료집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애써서 작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참 만족스러웠다. 인쇄비가 아깝지 않았다.
5.
오늘도 내 책장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데 쌓여가는 각종 공공기금으로 제작된 자료집이 쌓여간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파트의 종이모으는 일요일에 내다 버릴 예정이다. 아깝고 또 아깝다. 이런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진 않겠다고 다시 결심해 본다.
----------------------------------
이 글은 2010년 11월 30일에 쓴 글이다. 임시저장해 놓고 게시하지 않았던 글.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게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