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1일 토요일

아침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보통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 해가 뜨고 지구의 생명체들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다. 그러고 보면 일찍 일어난 건 아니다. 텐트를 걷고 나와 기지개를 켠 후 오늘 하루도 상쾌하길 기원한다. 일어나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아이폰을 들여다 본다. 좋은 버릇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도 시리다. 침대에서 베갯잇을 벗겨낸 후 새걸로 교체한다. 일어나서는 2층에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물을 한잔 마신다. 그리고 1층으로 가서 커피머신을 예열하고는 청소기를 켜고 오늘은 어딜 청소시킬까 찾는다. 청소기를 동작시키고나면 커피가 준비된다. 냉장고를 괜히 열어 씹을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입에 넣고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피우는 담배 한 모금이 좋다. 달콤한 라떼의 끝맛에 담배는 잘 어울린다. (오후에 즐겨마시는 룽고와는 딴판이다. 쓴맛을 내는 룽고를 마실 때는 담배가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2층에 올라가서는 오늘의 일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닦고 세수 또는 샤워. 아침에 샤워는 물로 충분하다. 비누거품을 내거나 하지 않는다. 겨울이 오기전까진 샤워후에 물기는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머리만 수건으로 물기를 걷어내고는 물이 마를때의 그 시원한 기운을 즐긴다. 가을이 되자 몸이 건조해져서 며칠 전 부터는 기름기 있는 로션 같은걸 바른다. 써놓으니 긴 시간이지만, 실제론 30분 정도의 시간이다. 그냥 후다닥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2014년 10월 3일 금요일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기원전의 구전하는 이야기는 소설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키케로의 이런 이야기들은 어떤 지혜로운 사람들의 귀와 입으로 전해저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흔한 가르침 같은 문장으로 구성되고, 마치 그것이 옛 사람들의 말인양 "그랬다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이 아니네"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식으로 번역되었다는 건 읽을 때 무한 피로감을 가져다 주었다.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번역이랄까. 밑의 인용은 내가 서술어를 교체해서 나라도 읽기 편하게 쓴거다. 선조의 지혜...?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한번은 생각해 볼만하다고나 할까.


노년에 관하여
. 노년에게는 감각적 쾌락이 없다.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에서 우리를 해방해 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중략)
.욕망이 지배하는 곳에서 자제력은 설 자리가 없고, 쾌락의 영역에서는 미덕이 졸립할 수 없다. 이 점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가 위해 어떤 사람이 가능한 한 가장 강한 육체적 괘락을 즐기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의 주장은 쾌락에 빠져 있는 동안은 이성과 사고를 요구하는 일은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쾌락만큼 혐오스러운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쾌락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면 정신의 빛을 완전히 꺼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과 지혜로도 쾌락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해서는 안되는 것에 욕망을 품지 않게 해주는 노년에게야말로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쾌락은 심사숙고를 방해하고, 이성에 적대적이고, 말하자면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미덕과는 함께 하지 않는다. 

우정에 관하여
.우정을 나눌 만한 새 친구들이 옛 친구들보다 때로는 더 선호되어야 하는 것인가. 마치 우리가 늙은 말보다 젊은 말을 더 선호하듯 말이다. 사람이라면 물어서는 안될 질문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쉬이 물릴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우정은 거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될 수록 더 좋아지는 와인처럼 우정도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유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면 여러 말의 소금을 함께 먹어보아야 한다는 속담에 일리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