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1일 화요일

이웃의 이사

 대림동에 2004년 이사왔으니 올해로 8년째 이 집에 살고 있다. 옆집엔 부부와 세자녀가 살고 있었다. 아저씨는 밝은 성격에 얼굴에 웃는 주름이 크게 보일 만큼 멋진 사람이고, 아주머니는 낯을 조금 가리시고 쑥스러움이 많은 분이지만 막상 마주할 땐 늘 예의바르게 인사해주시는 분이다. 아들둘에 딸아이 한명이다. 이사왔을 당시 막내가 태어났다. 세째아이로 딸이었다. 태어난지 한달이 되었다고 했으니 아마 요맘때가 생일일게다. 그 아이는 지금 8살이고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집에 살면서 가장 즐겁고 신나는 기억은 옆집 아이들이었다. 아침이면 세명이서 밝게 웃으며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이들 웃는 소리로 아침이 시작된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이었나 싶다. 어느날은 꼬마가 오빠들 학교가는데 따라나가며 우는 소리. 어느날은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서 기승전결 없는 이상한 논리를 심각하게 펼치기도 하고(듣고 있자면 나는 너무 웃겼는데...아이들은 정말 심각하게 토론하는...),  또 어느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꿉놀이를 하느라 돗자릴 펴고 누워있었다. 친구들과 누워 자는 시늉을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마나 서로 깔깔대고 웃었는지 모른다. 길에서 마주칠때면 내가 바쁜 걸음으로 주차장을 가로질러가는 꽁무니에 자전거를 타고 따라와 인사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아는 아저씨야?"라고 하자 "아저씨 아냐...오빠야!"라는 말이 들렸고, 나는 뒤를 보며 윙크하고 사라지곤 했다. 큰 아이가 피아노레슨을 시작하고 도미솔을 벗어나지 않던 소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화음이 되고 어느날 아침엔 아이의 연주에 감동받으며 일어나기도 했다. 조금씩 악보를 보고 제대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그 아침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저녁 집에 돌아왔을 때 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이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서 그 곡을 들었다. 다음날 아이를 만나서 잭슨을 어떻게 알아? 피아노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곡이야?라고 물었을 때 "아뇨...제가 좋아서 듣고 그냥 쳐본거에요..."라고 큰 아이가 대답했다. 그날 저녁은 나 들으라는 듯 Smooth Criminal을 연주했다. (큰아이의 피아노연주녹음) 또 그 다음날은 엄마와 같이 문을 빼꼼 열고는 마이클 잭슨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아파트가 삭막하다고...? 이런 이웃이 있으면 삭막할 틈이 없더라. 14층사는 아이와 막내는 단짝이었는데 계단에서 동화책 읽는 소리가 너무 예뻤다.
지나다니면서 이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계단에서 시멘트의 냉기가 벌써부터 느껴진다. .

며칠 전 부터 차곡 차곡 정리된 박스를 복도에 내다 놓았다. 일요일에 버리려고 정리하나 보다 싶었는데, 그 옆에 점점 쌓여갔다. 이상하다 싶어서 물었더니 6월 1일에 이사가기로 했다고 전한다. 방은 두칸인데 아이들은 셋이고 이제 모두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좁을만도 하다.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거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둘째 아이였다. 둘째는 잘 생긴데다가 성격이 쿨하다. 막내동생이 오빠오빠 부르면서 길에서도 꼭 손을 잡고 다니는데, 약간 어색해 하면서도 동생손은 놓지 않는다.
 정작 옆집은 전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이런 이웃과의 행복의 순간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날 이후로 조금씩 물건들이 버려지고, 다시 나왔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더니 어느날은 소파가 복도에 나와 있었다. 둘째가 앉아 있다.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내놓은 거실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책을 읽는다. 말을 걸었다. "와...원래 여기에 의자가 있었으면 참 좋았었겠다. 완전 낭만 적인데...얼..."이라고 말했다. 둘째의 대답은 "그렇죠 뭐..."였다. 집에 들어가서 과자를 한 상자를 가져다 먹으라고 건네주었다. 조심스럽게 받더니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이 공간에 저런 푹신한 couch가 있었다면...꽤 재밌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겠다고 생각하며 또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지금...
이삿짐을 나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분주했고 좀 전에 1층에 차가 들어와서는 물건을 실어내리는 것 같다. 아이들은 없다. 학교에 갔다.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막내 아이는 태어나 처음하는 이사를 맞이하게 될테지. 집안에 신발신고 들어가고, 신문지깔고 중국음식을 먹는 첫번째 경험 말이다. 둘째는 짐이 다 옮겨진 후에 새로 생긴 자기 방을 보면서 시크하게 쳐다 보고는 책본다고 의자에 앉아 있을테고, 큰 아이는 오늘 학원 안가도 된다는 말에 신나 자전거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거다. 아이들에게 삶의 환경이 바뀌는 이 경험이 앞으로 일어나게 될 또 다른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만들거라 생각하는데...내가 왜 이렇게 뿌듯한지...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새로운 매체에 대한 호기심...또는 욕심

mac trade... by flyshoe
mac trade..., a photo by flyshoe on Flickr.
매체 교육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이런 저런 매체에 관심을 가지곤 한다. 단 고급 퀄리티를 내야한다는 강박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대중적인것...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것...오퍼레이팅의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것...
아마 내 방식의 미디어교육이 그런 것이어서 이런 저런 제품화된 것을 사용하고 사용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해 보이긴 한다. 일단, 내가 혹 해야 하고...사용경험에 근거하여 또 다른 표현도구가 되는가를 검증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면 목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매체가 쌓이곤 하는데...그때 적절한 트레이드가 좀 필요할 때가 있지만...쉽게 이뤄지진 않는다.
아무튼 이번 트레이드에서 건진 킨들과 폴더 키보드.
적응하는데 단 10여분이면 된다는 건...범용성은 검증된 것 같다.

2011년 5월 14일 토요일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메모

자료가 필요해서 구글링하다가..
내가 예전에 쓴 글이 검색되었는데...내가 쓴건지 모르고 그책 읽으면서 나도 저런 문장들을 좋아했었는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내 옛날 블로그였다능...헐...
암튼 필요해서 다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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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켄야에게 한 수 배우기

- 물건을 만들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생생하게 인식하는 것이며...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어떤 논의에도 사실 그대로의 인식태도를 지향하는 것을 빠뜨리면 위험하다. 디자인이 지향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세계관이 아니라 날것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과 그 과정에서 탄생한 부산물인 합리성, 공정성, 보편성의 가치를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 개인의 재능과 장인적 품질을 통합한 우수한 제품은 시장에서 우위성 즉 '정평'을 얻게 되고 그것은 특별한 '가치'로서 보존된다. 이것은 '브랜드'라는 위력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진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 정평을 얻는 다는 것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 과정까지는 무수한 반복적 디자인이 존재한다. 품질우위는 반복과정의 맨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것일 뿐 그 반복이 끝난 것이 아니다.

-MIT의 존 마에다의 평가에 따르면, 컴퓨터는 '도구'가 아니라 '소재'이다. 이 표현은 주어진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삼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구축된 이 새로운 소재를 통해서 어떠한 지식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사진의 소재는 피사체와 카메라, 환경이다. 즉 도구의 최종 쓰임새에 대한 탐색이 끝날 때 '사진작업'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디지털사진에서도 컴퓨터가 효율적 도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용자와 어떤 교감이 일어나고 있는가(컴퓨터에 대한 이해정도를 포함하고 있다) 하는 것과 함께 컴퓨터자체가 이미 소재적 발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cf) 픽사의 존라세터도 펜슬애니메이션을 펜슬이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없듯이, 컴퓨터애니메이션을 컴퓨터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남.

- 합리적인 '물건만들기'를 통해서 인간정신의 보편적인 균형과 조화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넓은 의미에서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이다. 바구어 말하면 인간이 살아가는 것. 생활하는 것의 의미를 물건 만들기의 과정을 통해서 해석하고자 하는 의욕이 바로 디자인이다. 
-> 정교한 디자인은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한 반추를 가능하게 해 준다.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용해된 디자이너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순간은 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즉, 사용자와 디자이너는 '사용행위'의 순간 아주 밀접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인데 이런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삶에 대한 이해를 기초에 둔다. 또한 직관화된 디자이너의 '삶의 태도나 방식'에 대한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 '서다'라는 행위는 주체가 되는 인간의 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력'과 '어느 정도 딱딱한 지면'이 없으면 '사다'라는 행위는 실현되지 않는다. 무중력이면 몸이 붕 떠버릴 것이고 물이 깊은 수영장에서도 '서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중력과 딱딱한 지면이 '서다'라는 행위를 '이끌어낸다'고 할 수 있다.
-> 세계는 모두 다른 체계로 되어 있다. (인위적인 것은 명문화된 법률이나 각종 문서속의 조항이지만 규범과 질서는 그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규범이 강요되면서 그 체계는 부서지고 말더라만...). 또한 그 서로 다른 체계가 만나서 충돌하거나 무한대의 조합을 기초로 한다. 체계를 이해하는자의 합리적 발상은 굿디자인에 다가서지만, 새로운 자의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목적을 둔자의 강박적 발상은 폭력을 조장하기도 한다.

- 일상은 미의식을 키우는 온상이다
-> 인간은 미를 탐한다. 여전히 학습하고 있고, 학습은 전승되거나 의도적으로 거부되기도 한다. 무엇을 보고 들었기에 미를 추구하는가는 여전히 즐거운 논쟁거리다. 미의식은 자연에서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에게 자연으로 부터 학습하고 실천을 계획하라는 메시지는 매우 힘겹게만 들린다. 그래서 미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의식'에 대한 오해다. 즉, 미의식은 오늘 아침 부터 잠들때까지의 일상생활에서 부터 발견한다. 의식하고 있는자는 쉽게 발견하지만 인식의 범위를 확장하고픈 욕망이 적거나 지적호기심으로 부터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서는 발견이 적고 주입되는 것이 많아지는 것.

- 이런 시대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지구와 자연환경을 주제로 삼는것만큼 기만에 넘친 행동은 없으리라....(중략) 미래나 지구 환경을 염려하는 이벤트에서 볼펜이나 커피 잔에 마크를 새겨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다니...,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 에콜로지...그린...뭐 이런 수식어들이 이젠 어느정도 식상해 질 법도 한데...빨리 이런 유행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많은 악용되는 것이 말없는 지구환경이다. 마크새길 시간에 오늘 사용한 종이의 양과 우리집 분리수거의 모습에 더 많은 행동에너지를 쏟아넣는 것이 도덕적이다.

- 냉정하게 주변을 바라보라. 스트레스 없는 쾌적한 커뮤니케이션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디자인은 바로 그곳에서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관찰은 여전히 디자인개념에서도 핵심에 해당한다. 

2011년 5월 6일 금요일

감성에 물주기 - 북하우스

감성에 물주기 by flyshoe
감성에 물주기, a photo by flyshoe on Flickr.
간밤에 꾼 꿈 이야기와 꿈 보다 생생한 그림.
함께 사는 고양이의 하루 모습 드로잉.
그저 매일 나도 보고 있을 것 같은 동네 사진.
과일을 썰어 말리고, 분갈이 하는 엄마와 나눈 대화....
이렇게 "참 별것 아닌"것이 100가지가 담겨있다.
좀 놀랍다.

쌓일때는 둔하지만, 쌓였을 때는 놀라움을 주고,
놀라움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건 삶과 일상이 주는 선물이 맞구나.

2011년 5월 3일 화요일

Free The Korean Rat!

이 웹사이트...ratseverywhere. 이름이 멋지다.
하나짱에게 뱅크시 사진집을 생일선물로 받고 구독해서 보던 구독하던 사이트다.
며칠 전 피드를 뒤져보다...Korean times...라는 게 우연히 보였다.
흠...뭔가 했더니...
G20때 그래피티했던 위트와 유머없는 나라임을 인정하게 된 사건을 썼다.
그리고 프리프레스 릴리즈에도 썼다는 거지...
각 나라마다...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어떤 앵글로 보는가에 따라 옳고 그름, 선과 악, 참과 거짓이 나뉘는 건 당연하다.
그치만 쪽팔리잖아.
우리가 이런 빡빡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거...말이야.

Free The Korean Rat! | Rats Ever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