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2일 수요일

몇 장의 사진이 남는...

매해 명절이 지날 때마다...시간이 흐른다는 걸 증명하는 것인지, 묘한 변화가 있다.
줄어드는 것은 아버지가 말 하실 수 있는 단어의 수, 조카들의 가벼운 웃음, 안부전화의 빈도...
늘어나는 것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조카들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이다.
성묘가 유일한 가족사진이며, 내가 카메라를 들지 않는한 우리가족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일생 또는 그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될 수 있다는 믿음은 없다.
그 한 인물과 그와 얽힌 사람들의 대화속에서 분쇄되고 다시 뭉쳐져서 어떤 점성을 갖게 되는 시점이 되면...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말이다.
결국 이번 추석에도 몇 장의 사진이 남았다.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글쓰기...수년 만에 하는 것 같다.


아침에 해는 내 아파트 거실 끝까지 들어오곤 한다.
뜨끈한 커피를 저 자리에 구겨지듯 앉아서 마시고...냉장고에서 꺼내온 냉수로 잠에서 깬다.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밖을 내다보지도 못하지만 특별히 가을볕을 좋아하고...
그 볕에 그을리는 것을 즐겨하곤한다.

추석전날을 103년만에 내린 중부지방의 폭우...
때아닌 난리통이었다.
집을 비운 사람들은 고향에서도 집이 많이도 걱정되었을게 분명하다.
어머니의 집이 있는 궁동에도 물난리가 났다.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 동네는 단 한번도 물로 고생한 적이 없는 곳인데...올해는 좀 유난스레 법석을 피웠다.
비가 그어 잠깐 밖을 나갔을 때...하늘은 참 스산한 빛이었다.


쌀가루로...입반죽을 했다.
송편은 특히 반죽이 신난다. 밀가루와 다르게 쌀가루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은...
까칠한 모래를 만지는 느낌이 든달까.
식탁유리에 내 손에서 털려나온 쌀가루의 느낌이 좋다.


솔잎은 향만 내기 위해 밑에 듬뿍 넣고, 그 위에 떡을 찐다.
콩을 넣은 떡을 먼저 찌기 시작한다. 솔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오지만...솔잎이 묻어있지 않아서 좋다.


마지막 송편을 다 얹고...
약간 굳을 때까지 기다리다 먹기 시작했다.
거의...우리 둘이 만든 송편 절반을 먹어치웠다.
가족이 많아서 누굴 먹여야 하는 것도 아니니...많은 양을 만들지도 않고...
우리 먹을 만큼만 한다.
그래서 송편도 맘대로 디자인 할 수 있다.
올해 나의 디자인 컨셉은 꼭지딴 송이버섯이다.
깨가 흘러나와도 움푹패인 부분에 맺혀 있어서...아주 효율적인 디자인이라고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bla bla bla...추석의 하루가 지나간다.
성묘가느라 5시간을 차에서 보냈고...
하루 종일 무언가 입으로 집어 넣었다.
명절은 늘 이런식으로 지나가곤 한다.

오늘...달이 참 밝다.
보름달 이렇게 한번에 잘 찍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2010년 9월 20일 월요일

추석냄새


감각은 감각기관인 눈/코/혀 따위에 초점을 두고 관심을 가지지만,
인지는 역시 몸과 영이란게 함께 감각...지각...인식...사고를 동작시킨다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한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추석냄새가 났다.
비가 쏟아붓고...
추석냄새가 나는 오후가 갑자기 그리움 같은 이상한 감정을 불러왔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인가보다.

소나기

우산 없이 소나기를 맞아본 경험...다들 있잖아.
그 때 비가 원망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