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것은 아버지가 말 하실 수 있는 단어의 수, 조카들의 가벼운 웃음, 안부전화의 빈도...
늘어나는 것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조카들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이다.
성묘가 유일한 가족사진이며, 내가 카메라를 들지 않는한 우리가족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일생 또는 그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될 수 있다는 믿음은 없다.
그 한 인물과 그와 얽힌 사람들의 대화속에서 분쇄되고 다시 뭉쳐져서 어떤 점성을 갖게 되는 시점이 되면...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말이다.
결국 이번 추석에도 몇 장의 사진이 남았다.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글쓰기...수년 만에 하는 것 같다.
아침에 해는 내 아파트 거실 끝까지 들어오곤 한다.
뜨끈한 커피를 저 자리에 구겨지듯 앉아서 마시고...냉장고에서 꺼내온 냉수로 잠에서 깬다.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밖을 내다보지도 못하지만 특별히 가을볕을 좋아하고...
그 볕에 그을리는 것을 즐겨하곤한다.
추석전날을 103년만에 내린 중부지방의 폭우...
때아닌 난리통이었다.
집을 비운 사람들은 고향에서도 집이 많이도 걱정되었을게 분명하다.
어머니의 집이 있는 궁동에도 물난리가 났다.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 동네는 단 한번도 물로 고생한 적이 없는 곳인데...올해는 좀 유난스레 법석을 피웠다.
비가 그어 잠깐 밖을 나갔을 때...하늘은 참 스산한 빛이었다.
쌀가루로...입반죽을 했다.
송편은 특히 반죽이 신난다. 밀가루와 다르게 쌀가루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은...
까칠한 모래를 만지는 느낌이 든달까.
식탁유리에 내 손에서 털려나온 쌀가루의 느낌이 좋다.
솔잎은 향만 내기 위해 밑에 듬뿍 넣고, 그 위에 떡을 찐다.
콩을 넣은 떡을 먼저 찌기 시작한다. 솔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오지만...솔잎이 묻어있지 않아서 좋다.
마지막 송편을 다 얹고...
약간 굳을 때까지 기다리다 먹기 시작했다.
거의...우리 둘이 만든 송편 절반을 먹어치웠다.
가족이 많아서 누굴 먹여야 하는 것도 아니니...많은 양을 만들지도 않고...
우리 먹을 만큼만 한다.
그래서 송편도 맘대로 디자인 할 수 있다.
올해 나의 디자인 컨셉은 꼭지딴 송이버섯이다.
깨가 흘러나와도 움푹패인 부분에 맺혀 있어서...아주 효율적인 디자인이라고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bla bla bla...추석의 하루가 지나간다.
성묘가느라 5시간을 차에서 보냈고...
하루 종일 무언가 입으로 집어 넣었다.
명절은 늘 이런식으로 지나가곤 한다.
오늘...달이 참 밝다.
보름달 이렇게 한번에 잘 찍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