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머리에 구겨 넣은 책도 있었고, 서점에 서서 읽고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책을 선택한다는 것은 의식의 흐름과 같아서 겹쳐읽기의 과정이다.
전혀 다른 텍스트일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거의 모든 독서는 연속과 반복이다.
마치 나선형 사고를 하는 사유방식과 비슷하다.
내 1년간 생각과 행동이 작동하는 순환원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1. 다시, 그림이다

난 호크니 할아버지라고 평소에 말하곤 한다. 이 인터뷰와 그림은 특별한 서사를 따라갈 필요도 없고, 소파와 책상에서 아무 챕터나 읽는 즐거움이 있다.
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토리를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올해는 의도적으로 소설에 손을 댔다. 그 중에 이 책은 읽는 내내 궁둥이가 들썩 거린다.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못봤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볼 예정. 나의 현재 삶이 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지금 주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되는 소설.
3. 플로팅시티

괴짜사회학.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 안 읽기 힘들다. 인간은 누구나 관음적 시선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더구나 소문과 진상이라는 미스터리코드와 그것을 전해주는 이야기꾼이 있다면 주의를 기울 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가볍게 읽히지만 무게감이 남는다.
4. 진격의 대학교

왜...왜...이런 질문이 끊임 없이 나오고,
어쩌다가...어쩌다가...라고 자책하면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다시 읽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주었다. 한국사회 지식인의 멸종을 선포하기 직전의 생생한 기록.
5.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히의 그림자노동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 박홍규역이 조금 더 개념이해를 위해선 마음에 들지만 통증연대기를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들여다 봤다.
6. 종의 기원

갑자기 고전을 한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남의 서재에서 꺼냈다가 푹 빠져버린 책. 너무 많이 알려진 유명한 저서여서 계속 미루기만 하고 정독한 적이 없는 책이 꽤 많다. 그 중에 한권이다. 함께 읽은 책은 코스모스.
7. 마션

영화속 대사 몇 마디가 좋아서 두번을 연거푸 보고 소설을 봐야겠다고 결심한 후 선물 받은 책. 뭐가 더 좋다 나쁘다는 당연히 없다. 매체가 다른 것 뿐. 그치만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사족이란걸 알게 되었다. 왜 헐리웃이 감동을 방해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
8.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올해 초 제주에 출장갔다가 지니어스 로사이에 다녀왔다. 우연인지. 내가 머문 한시간 넘는 시간동안 그 공간에 출입하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완벽하게 혼자였다. 이 책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그 혼자 시간 만큼의 감흥은 아니다.
9. 사일런스

억지스런 퍼포먼스라고만 생각하거나, 유니크한 예술가로만 치부하기에는 존 케이지의 사유가 깊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예술가로 부터 예술이 나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세계의 존재를 지울 순 없다. 존 케이지가 그런 세계에 대해 복잡한 "썰"을 풀어놓았다.
10. 고양이의 하루
이 책은 읽었다고 해야하나? 보았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책을 했다고 말해야 하나?
절친이 책을 냈을 데 전작과 다르게 텍스트가 없는 그림책. 그래서 아는 고양이 보노의 이야기다. 그냥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
절친이 책을 냈을 데 전작과 다르게 텍스트가 없는 그림책. 그래서 아는 고양이 보노의 이야기다. 그냥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