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2일 금요일

강대근 선생님이 무척 그립던 하루.

오늘 책을 한권 받았다. 강대근선생님 1주기를 맞아 지인이 편집해서 낸 모양이다. 오늘 그러지 않아도 하루종일 선생님 생각이 났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간혹 그가 그리운 날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참 애매한 말이지만...)은 알겠지만, 유네스코에서 일하셨고 청년문화운동의 대부? 격이랄까.

수치산방emforem.com에는 선생님의 드로잉이 꽤 자주 업데이트 되었다. 어느곳에서든 선생님의 드로잉북을 보여달라는 게 참 좋았다. 길에서 마주쳐 인사할 때도 "혹시 그림 안가지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꽤 기분좋은 표정으로 드로잉북을 보여주시곤 했다.
어느날 드로잉이 아니라 사진이 업데이트된 날이 있었다.  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생님 방을 찾았다. (그땐 본부장님이셨다. 사람들은 대부분 결제서류를 들고 찾아가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노크를 하고 들어가지도 않고 얼굴만 문틈에 들이밀었다.

"선생님...사진 멋져요...직접 찍으신거죠? 언제에요...? 다른 사진도 있으면 좀 보여주세요..."

다짜고짜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아무튼 사진을 보고 제일 먼저 멋지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싶었었는지...어쨌든 그냥 무작정 가서 말했다. 그러자 눈동자가 하나도 안보이게 웃으며 "안들어오나?"라고 하셨다. "제가 좀 바빠서요...흐. 아무튼 멋져요. 사진 좀 나중에 보러 올게요"라고 말하고는 다시 사무실로 내려왔다.
내가 좋아했던 사진은 아마 아시아 어떤 곳을 여행하시다 찍은 것 같은데, 어린이 네명이 나란히 서서 지나가는 아저씨의 카메라를 은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수치산방 홈페이지에는 선생님의 그림과 글이 있다. 간혹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내가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포옹이 남기고간 흔적"이라는 시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찾았다. 포옹이 남기고간 흔적과 네명의 어린이를 찍은 사진...둘다 없었다. 이유는 안다. 이 책을 구상하고 글을 발췌한 사람들과 강대근 선생님은 아마 막역한 사이...끈끈한 선후배일게다. 나는 그들을 알지도 못하고 그 정서에 대한 공감도 별로 없다. 아마 강대근 선생님을 가장 잘 아는 사람...그를 존경했던 사람...들과 내가 만난 강대근은 다른 인물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내가 아는 그는 지극히 일부분이리라. 내가 모르는 강대근을, 훨씬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 발췌한 글과 그림, 사진에서 왜 강대근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룩거리셨는데 어떻게 보면 약간 어슬렁 어슬렁 걷는 느낌이 든다. 그 걸음이 참 잘어울렸다. 그런 뒷모습에는 그 만의 언어가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쳤을 때 "세상이 니 맘대로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하셨는데...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정말 듣고 싶은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잘났다고 내 맘대로 행동하며 일하고 있었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하지 않았었기에 참 외롭다고 느낀 시기였다. 눈물이 핑 돌자 아마 선생님도 당황하신것 같긴 했는데...아무 대답도 못하고 헤어졌다. 선생님은 또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셨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줄 사람이 또 필요해진 시기가 되었나보다. 강대근선생님이 그립고 보고 싶으니 말이다. 이렇게 말해 드리고 싶다. "선생님을 항상 기억하고, 늘 그리워 하지 못합니다. 그럴 이유도 없구요. 그런걸 원하실 분도 아니시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가끔 생각납니다. 결국 사진보며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아쉽네요. 아마 사후세계가 있다면 천당가셨겠지요. 또 가끔 그리워 하겠습니다"